만굴치의 재난과 리더십의 교훈

분류없음 2011.06.06 22:45

1949년 8월 5일. 섭씨 36도. 이것은 몬테나주 중부의 바위투성이 산악지대에 자리잡은 만굴치 협곡 위로 천둥번개가 지날 경우, 화재가 날 것임을 알리는 신호와 다름이 없었다. 

 2시 30분. 산림감시원은 화재를 감지했고, 진화를 위해 산림소방대원들이
C-47 비행기를 올라 급파되었다. 산악소방대장 와그너 넛지는 9년 경력의 베타랑이었고, 최고의 화재진압전문가였다.  

대원들은 낙하산을 통해 협곡의 맨 위쪽 좌측사면의 목표표지점에 하강했다. 그때가 오후 4시 10분이었다. 다시 낙하산을 개고, 베낭을 멘 시각은 오후 5시였다.
 

산불이 난 곳은 협곡의 아래쪽이었고 평상시와 비교하면 평범한 산불이었기 때문에 그다지 대원들은 긴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5시 10분.. 그들은 불이 난 협곡의 남쪽 기슭을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대장 닷지와 산림감시원으로 현지 소방대원이었던 해리슨은 그들이 도착한 숲이 위험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화재는 공중정찰을 통해 파악했던 것보다 훨씬 위험했다. 더군다나 시속 32-64킬로미터의 바람이 불어닥치면서 불길이 닷지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닷지는 곧바로 부(副)대장이었던 홀맨에게 대원들을 데리고 협곡북쪽인 입구쪽으로 이동할 것을 명령했다.



그사이 닷지와 해리슨 잊고 빠뜨렸던 비상시량을 낙하산 투하장소까지 거슬러 올라가 다시 챙겼다. 

5시 40분 경, 닷지는  대원들을 불러 모아 한그룹으로 만들어 협곡의 입구쪽으로 계속해서 내려갔다. 여기는 미주리 강쪽이었기 때문에 만일 불길이 덮친다해도 강물로 피신한다면 생명은 보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불타는 산등성에 갑자기 회오리 바람이 몰아닥쳐 높은 불기둥이 솟구쳐 오르면서 강물쪽으로 피신할 수 있는 퇴로가 막혀버렸다.  비상이었다.

5시 45분, 닷지는 대열을 돌려 산등성이 쪽으로 다시 올라갔다. 불길이 덮쳐 오면서 닷지는 자신을 따르는 대원들에게 소리쳤다. 

" 모든 장비를 버리고 전속력으로 달아나라"
이는 단순한 산불이 아니라 대원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심각한 산불임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모든 대원들은 당황했다.

산불은 으르렁거리면서 닷지와 대원들을 맹추격해왔다. 그때 닷지는 호주머니에서 성냥을 꺼내 불을 붙인뒤 자기 앞은 풀숲에 던졌다. 불길은 금새 원을 그려가며 세력을 넓혀갔다. 그리고 대원들에게 이 불길로 뛰어들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닷지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닷지는 불길로 뛰어들어 한복판에 자리를 잡고, 젖은 천으로 얼굴을 감싼채 땅바닥에 엎드려 기다렸다. 곧바로 불길이 덮쳤지만 닷지는 자신이 만든 조그만 피난처에서 아무 탈없이 살아남았다. 하지만 대웓들은 모두 산등성이쪽으로 계속해서 달려갔다. 

다음날 오후, 대원들은 모두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화재 피난을 위해 재더미속으로 뛰어든 닷지만이 유일한 생존자였다. 

죽은 해리슨 손목에 있던 시계는 5시 56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것이 13명의 대원들이 공식적으로 죽은 시간으로 발표되었다. 죽은 시체들은 모두 100에서 300야드 범위 안에 흩어져 있었다. 화재 진압은 5일동안 4500에이커의 지역에서 450명의 인력이 동원되면서 진압되었다.

산림보호국은 화재가 난 뒤 탐사를 시작했고, 조사위원들은 불길 속에서 피난지역으로 뛰어들게 한 닷지의 노력을 가상하게 평가했다. 죽은 대원들의 부모들은 삼림보호국을 고소했지만 법정은 7번째 재판에서 이를 기각했다.  이 사건은 당시 미국 산악소방대 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되었다.

왜 이런 불의의 재난이 벌어진 걸까? 13명의 훈련된 대원들을 죽음으로 몰고간 이 상황은 어떻게 설명되어야 할까? 급작스런 위험을 만난 조직은 이러한 재난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직적 특성을 구비해야 하는 것일까? 만 굴치에 일어난 사건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조직운영의 원리에 대한 중요한 지침을 제공한다.

그들이 만난 위기의 핵심은 두가지였다.
첫째, 이들은 언제나 동일한 작업루틴과 그로 인한 습관화된 행동패턴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만굴치의 화재는 이전에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낯선 상황이었고, 그 속에서 리더가 요구하는 명령을 수행해낼 수 없었다.

"장비를 버리고, 불탄 지역으로 뛰어들어라"는 명령은 그들이 이전에 가지고 있던 가정의 일체를 뒤흔드는 것이었다. 소방대원의 역할과 사명은 불을 끄는 것이고, 그것은 어떤 경우에도 장비를 버리지 않는 것이었다. 장비를 버리라는 Dodge의 명령은 소방대원의 정체성에 대한 일대의 혼란이었다. 결국 그들은 장비를 버리지 않았다. 아울러 불 속에서 불을 지피고 그 재더미 속으로 뛰어들라는 명령역시 납득할 수 없는 것이었다.

뛰어난 역량을 가졌던 Dodge는 혼돈과 위기속에서 재난을 피하기 위한 창조적 대안을 마련했지만 구성원들은 그들의 경험과 가정속에서 이같은 명령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두번째 위기는 그동안 자신들이 유지해왔던 역할 구조가 붕괴되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서로의 상호작용 방식을 규정짓는 명료한 역할 구조를 가지고 있었지만 위기상황속에서 대장, 부대장, 대원들의 역할은 팀이 흩어지면서 리더의 부재를 경험했다. 이 혼란속에서 상부의 명령없이 스스로 판단해야만 하는 명령체계가 더 이상 작동하지않게 되었으며, 마침내 엄청난 재앙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Dodge와 같은 혁신적 리더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조직이 재난을 맞이하게 된다면 대체 무엇이 위기적 상황 속에서 사람들로 하여금 창조적 대안을 마련하게 하는 것일까? 조직의 안정적 행위를 담보하던 역할 구조가 오히려 위기적 상황속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될 때, 무엇이 그들에게 새로운 융통적 행위를 촉구하는 것일까?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자율적이고 창조적인 구성원의 행동을 요구하는 조직은 대체 무엇으로 통해 이 같은 상황을 돌파하게 할 수 있는 것일까? 그 레퍼런스의 실체는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그것은 통일된 지침을 제공하면서도 충분한 개방성과 자율성을 담보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 굴치의 비극은 조직이 설정하는 미션과 비전이 사람들의 행동의 준거로 작동하기 위해 얼만큼 원칙적이며, 동시에 얼만큼 융통적이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것이 얼만큼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이 내재화 되어야 하는가를 그렇게 웅변한다.

<교훈>

1.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 조직은 원칙적이며, 동시에 융통적인 구조와 문화를 구축해야 하며, 그 실체는 공유된 비전과 미션, 그리고 이에 대한 헌신적인 몰입이다.

 2. 평상시 리더의 신뢰로운 행동이 행동이 리더의 창조적인 리더십에 힘을 실어준다.  

 3. 전제적 리더십은 창의성을 감금한다. 

 4. 부하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게 하려면 그들이 자율성을 가지고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임파워되어야 한다. 

5. 구성원들이 감내할 수 없는 공포와 위기상황을 극복하게 하려면 평상시에 보다 강인한 인내력과 적응력을 키울 수 있도록 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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